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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5.04)꿈을 향해 가는 징검다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05-25 조회수 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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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문보기 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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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가는 징검다리
‘행복누리’를 통해 본 장애인고용 확대
[리포트] 장애인고용촉진대회
[155호] 2017년 05월 04일 (목)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아이가 죽기 하루 전 제가 죽는 것이 소원입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대사다.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 말은 당시 한국사회에 수 많은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장애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 목표는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자립’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나. 장애인이 자유롭게 일하는 사회인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취업률을 보면 2005년 34.1%에서 2014년 36.6%로 조금 높아졌을 뿐 여전히 30% 중반 대에 머문다. 올해 열린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장애인 교육·훈련 지원 확대와 함께 ‘대기업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 19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위치한 LG화학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누리(주)’를 찾았다.

카페 사장이 꿈인 보슬 씨

▲지난 19일 LG화학 오창공장 내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누리(주) 직원들이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업무 중 짬을 내 차를 마시러 나온 직원들이 꽤 많다. 잔잔한 음악소리에 직원들의 이야기 소리가 섞여 넓은 공간 전체가 활기차다. 덩달아 보슬(31)씨의 손도 바삐 움직인다. 최근 더워진 날씨 탓에 손이 많이 가는 아이스 음료 주문이 늘었다. 하루 평균 700잔, 많게는 900잔까지 팔리는 LG화학 오창공장 내 행복누리(주) 1호 카페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빨대는 옆에서 챙겨가세요. 맛있게 드세요.” 손님에게 마지막 인사말까지 꼼꼼히 건네는 보슬 씨는 2013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재작년 들어온 비장애인 매니저보다 고참으로 1호 카페의 마스코트이다. 그는 어릴 때 심하게 앓은 홍역으로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예전에는 소심했는데, 동료들과 일하면서 성격도 바뀌었어요” 보슬 씨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7명이다. 매니저를 제외한 6명 모두 장애를 지니고 있다.

 

보슬 씨의 성격이 활달하게 바뀐 데는 LG화학 직원들과의 일상적인 대면도 한 몫 했다. 현재 오창공장에서 일하는 비장애인 노동자는 4,000여 명이다. 보슬 씨를 포함한 행복누리 장애인 노동자들은 통근버스, 휴게실, 식당 등에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생활한다. 낯익은 직원들은 따로 음료 취향을 밝히지 않아도 그에 맞춤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에서 4년 경력의 바리스타의 면모가 느껴졌다. 보슬 씨의 꿈은 카페의 사장이 되는 것이다.

 

현실적인 장애인고용 확대 위한 제도정비

 

‘대기업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하 대기업표준사업장)’은 보슬씨가 카페 사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장애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비장애인과의 경쟁 속에서 고용되기가 쉽지 않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열악하거나 보호작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지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다. 대기업표준사업장 제도는 다른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직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 실제로 우수 사례로 꼽히는 대기업표준사업장 대부분은 장애별 특성에 맞는 직무 개발과 시간선택 근무 도입 등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대기업사업장을 통해 맞춤 일을 할 수 있고, 자회사를 통해 장애인을 간접고용한 대기업은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인정받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기영 행복누리 대표는 대기업표준사업장을 ‘징검다리’에 비유하며 “대기업표준사업장은 장애인이 숙련된 능력을 쌓아, 더 일을 많이 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장애인을 직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모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장애인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일반 사업장 직무와 환경,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교육·훈련 지원 부족 등을 지적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쳐 바꿔나가며 장애인고용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대기업표준사업장 제도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LG화학 오창공장 내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누리(주) 직원들이 세차장에서 일하는 모습.

 

직원 174명 중 장애인 119명

 

행복누리(주)는 2013년 7월에 출범했다. 모회사인 LG화학은 대기업표준사업장 제도가 시행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을 위한 검토를 해왔다. 한국의 1호 대기업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2012년 당시 TF(태스크포스)팀은 앞서 제도를 시행한 일본의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해 5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MOU를 체결하며 대기업표준사업장인 행복누리 설립이 본격화됐다. 2017년 3월 기준 전체 직원 174명 중 장애인 노동자는 119명에 달한다. 설립 당시 30여명에서 사업장과 직무를 확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다. 행복누리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LG화학 오창·청주‧대전 공장 내에서 카페, 환경미화, 매점, 세차, 시설관리, 헬스키퍼 등의 지원업무 분야를 대부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기본직무를 확대를 포함해 사업장 수를 늘리고, 새로운 직무개발도 할 것”이라며 “생산라인의 제품 포장 업무 쪽을 긍정적으로 보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노무 고용률이 올라가고 있는데, 현재 일할 수 있는 장애인들의 수는 한정돼 있다”며 “이대로라면 곧 사업주가 일하는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해도 구하지 못하는 ‘장애인 구인난’을 우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나서 사회적인 장애인 교육·훈련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행복누리에 입사하는 대부분의 장애인이 회사에 들어온 뒤 일을 배우고 익힌다.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해주면 그에 맞춰서 사회에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많음을 현장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장애인고용, 의지만 있으면 어려움 없다.

 

“걱정할 필요 없다.”

 

후발주자로 표준사업장 설립을 고민하는 대기업이 주의하거나 고려해야할 부분을 묻자 돌아온 이 대표의 대답이다.

 

그는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하려고 할 때, 우리나라만큼 지원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곳은 없다”며 “제대로 된 의지만 있으면 어려움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장애인의 채용부터 자회사 설립지원, 사업운영, 장애인교육 등 많은 부분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을 받았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과 함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